"상식과 정의는 공짜가 아니니 감당할 일”
"음모론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사실 자체를 부정했으니 압수 수색이 더 필요했던 것"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죠"
"최근에는 ‘사실이라 해도 뭐가 문제냐’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정책도 헌법과 법률을 지키면서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인을 응징할 때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문명사회다"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유시민씨의 거짓 선동에 1년 넘게 현혹당한 많은 국민이 피해자다"

2월 15일 하루 동안 한동훈(48)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이 화제를 모았다.

조선일보는 설 연휴 중인 13일 한 위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이날 보도했다. 한 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총괄한 인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한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한 해 동안 세 번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한편으로는 ‘채널A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 위원은 좌천성 인사를 당한 데 대한 소회를 붇는 질문에 “세상에 억울한 사람들이 참 많고 저는 지금까지 운이 좋아 억울한 일 안 당하고 살아왔습니다. 역사를 보면, 옳은 일 하다가 험한 일 당할 수도 있는 건데요, 그렇다고 저같이 사회에서 혜택받고 살아온 사람이 억울하다고 징징대면 구차합니다. 상식과 정의는 공짜가 아니니 감당할 일이죠”라고 대답했다.

'조국 수사'가 과잉 수사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설명 안 되는 의혹들이 워낙 많았고, 관련자들이 말을 맞춰 거짓말을 하거나 해외 도피까지 한 상황이라 집중적 수사가 필요했던 겁니다. 예를 들어, 입시 비리나 펀드 비리 같은 건들만 봐도, 그 정도 사실이 드러나면 보통 사람들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유리한 사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방어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음모론을 동원해 더 적극적으로 사실 자체를 부정했으니 압수 수색 같은 수사가 더 필요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출세시켜 준 정부를 배신했다’고 공격하는 데 대해서는 “권력이 물라는 것만 물어다 주는 사냥개를 원했다면 저를 쓰지 말았어야죠. 그분들이 환호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대기업들 수사 때나, 욕하던 조국 수사 때나, 저는 똑같이 할 일 한 거고 변한 게 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자신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의 인물들에게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과거에는 ‘사실이면 잘못’이라는 전제하에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사실이라 해도 뭐가 문제냐’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정책(월성 원전 조기 폐쇄)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정책도 헌법과 법률을 지키면서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고,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에 대해서는 “지탄받는 악인을 응징할 때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지가 그 사회가 문명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못박았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대단히 찬성합니다. 그런데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특별한 검사가 목숨 걸어야 하는 게 아니라, 보통의 검사가 직업윤리적 용기를 내면 수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말입니다. 당초 검찰 개혁 논의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비리를 눈치 보고 봐줘서 국민들이 실망했던 것에서 시작된 거 아닌가요? 그 부분이야말로 검찰이 자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정부의 검찰 개혁은 반대 방향이라 안타깝습니다. 그 결과, 권력 비리 수사의 양과 질이 드라마틱하게 쪼그라들 겁니다. (그 결과) 모든 영역에서 약자들과 서민들이 대놓고 착취당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윤석열 측근’이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굳이 말하자면 가치를 공유하는지는 몰라도 이익을 공유하거나 맹종하는 사이는 아니니, 측근이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대답했다.

한편 유시민씨는 한 위원이 노무현 재단 계좌를 추적했다고 주장하다 돌연 공개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한 위원은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저뿐 아니라 유씨의 거짓 선동에 1년 넘게 현혹당한 많은 국민이 피해자입니다. 그러니 어물쩍 넘어갈 수 없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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