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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영원한 암흑의 공간이고 빛은 어둠의 질서가 유지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잠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다. 따라서 모든 존재의 요람은 어둠이다. 빛은 이단아이다. 그런데도 왜 인간은 모태인 어둠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것일까? 왜 빛을 선(善)으로 규정하는 것일까? 이처럼 근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한 인간의 이성은 모순 그 자체다.그 때문에 수많은 성현이 아무리 밝은 등불을 들고 길을 비춰도 본질에 대한 관점 자체가 오류인 것이니,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부정적 심상(心象)들이 어쩌면 필연적 산물인지도 모른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2.06.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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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전 소설 〈월든〉을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용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200여 년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먼저 누린 사람이 있다는 부러움 때문이다.요즘은 티브이를 통해 자연인 생활을 얼마든지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사회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일생에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자연인 생활’이다.그래서일까?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중의 하나가 MBN에서 진행하는〈나는 자연인이다〉이다. 우리가 눈만 뜨면 마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2.05.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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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센 아이들이 약한 아이를 둘러싸고 욕설을 퍼붓는다. 약한 아이는 겁에 질려 잔뜩 웅크려 있다. 급기야 발길질이 가해지고 욕설은 점점 심해진다. 그러던 차, 한 마디의 욕설이 상황을 급반전시킨다. 맞기만 하던 아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맞선다. 순식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다. 괴롭히던 아이들이 모조리 쓰러져 땅에 나뒹군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단 한마디의 욕이 약한 어린이에게 불가사의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약한 어린이가 말한다. “아무리 매를 맞고 다른 욕은 다 참아도 그 욕만큼은 못 참는다!” ― 윗글은 누군가가
이현우의 만필(漫筆)
대표/발행인 이현우
2022.04.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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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 다시 오면 이현우 지는 꽃도 아름다운 사월 뜨락에임과 함께 원(願)을 담아 연등을 걸었는데시샘하는 비바람 끊이질 않네 이승의 땅 끝에서 저승의 하늘까지맺지 못한 연(緣)을 찾아 떠도는 동안사위어 다 사위어 언약만 남겨둔 채사랑은 천리만리 문 밖에 있고어느새 흑백이 된청춘의 봄날 달래강 옛 마을에 사월이 다시 오면영롱한 별빛으로이슬 젖은 꽃잎으로수(繡)놓은 추억들이 산불처럼 타올라지는 꽃이 왜 아름답게 보인 걸까? 사월의 정원에 핀 화려한 꽃 다 놔두고 하필이면 왜 지는 꽃을 그렸을까? 추억을 간직한 때문이다. 임이 있고, 언
이현우의 만필(漫筆)
대표/발행인 이현우
2022.04.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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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는 나를 잃은 시간이다. 그 속에는 존재감이 없다. 그저 불가항력적으로 끌려다니는 노예가 있을 뿐이다. 거기서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힘은, 문명일 수도 있고 전쟁일 수도 있는 그 힘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로 돌린다.우리가 기뻐하고 슬퍼하는 일상의 시간 24시에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 비록 그것이 망상이라 해도 또다시 해가 뜨는 내일이 있으므로 어두운 밤길조차 마다치 않는 것이다. 그러나 25시에는 태양이 뜨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 왕관을 쓴다 한들 소용이 없다. 절망 속에서는 모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2.02.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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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옛길강을 건너면 배꽃 피는 마을이다. 학동에서 남으로 십여 리쯤 군두골에 이르고, 다시 서쪽으로 오 리 가서 만나는 곳, 거기 외사리나루가 있었다. 아는 이 하나 없고 자취마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잡목 수풀에 묻혔지만, 어머니의 추억을 따라가면 그리운 옛길이 선연(鮮然)하게 보인다.일제와 해방정국의 와중에서, 남으로 북으로 중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이산가족이 되어 한 많은 일생을 살다 가신 어머니.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강 건너 저 마을에 있음이니, 비록 그 시절 그 풍경이 아닐지라도 나 혼자 배꽃 피는 마을을 그려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2.02.0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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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결과는 1-4였다. 문명을 창조한 인간이 문명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를 놓고 세상은 온갖 상상으로 들끓었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인공지능과의 시합에서 이세돌이 질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이세돌의 머리는 하나이고 알파고의 그것은 모든 프로 기사들을 총동원한 것과 같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예견되었던 일이었다.하지만 이 사례는 오로지 기능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행기를 만든 인간이 비행기보다 빠를 수 없고, 현미경을 만든 인간이 현미경보다 더 자세히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2.01.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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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편집위원이 다른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들 중 대표작 5편을 엄선해 특집으로 연재한다. 2편은 '땅 위에 엄마를 그려놓고'이다. 인도의 어느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습니다. 땅 위에 엄마를 그려놓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무릎을 앞당겨 끌어안은 채 잠든 것인지 울고 있는 것인지….상상 속에서나마 어린이의 영혼이 엄마와 영원히 함께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앞으로 현실 속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날 저 애끓는 소망이 부디 아름답게 열매 맺기 바랍니다.인간의 원초적 정서는 7세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2.01.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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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편집위원이 다른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들 중 대표작 5편을 엄선해 에 특집으로 연재한다. 1편은 2015년 9월 18일 부산일보에 실린 '문조(文鳥)에 관한 추억'이다. 흔히 금슬 좋은 부부를 얘기할 때 잉꼬나 원앙을 들먹이지만 나는 문조(文鳥)였으면 한다. 잉꼬는 야성이 강해서 횃대건 둥지건 가리지 않고 마구 물어뜯어 망가뜨리는 습성이 있고, 원앙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바람둥이라는 설이 있다.이에 비해 문조는 단연 조용하고 정숙한 새다. 풍모는 과장 없이 순결 그 자체다. 몸을 덮은 백색의 털 또한 매끄럽고 풍요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12.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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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었다. 부모님의 이혼, 학교에서의 따돌림, 퇴학, 마약 등등으로 노숙 생활을 하던 거리의 악사 ‘제임스 보웬’과 길고양이 ‘밥’의 이야기다.― 노숙자 보웬은 어느 날 상처 입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다. 동병상련을 느낀 보웬이 구걸한 돈으로 길고양이를 치료해 준다. 그 후 길고양이 밥은 보웬을 따라다니며 숙식을 함께 한다. 공연이 있을 때면 보웬의 어깨에 올라앉아 한 팀으로 보조를 맞춘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보웬의 길거리 공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보웬은 밥을 돌보기 위해 마약도 끊는다. 마침내 그는 ‘사연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12.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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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름다운 슬픔이 또 있을까? 마치 황혼의 꽃물결을 보는 듯하다. 첫 장은 동물과 인간의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한다.주인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개 파트라슈, 가난과 멸시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소년 네로, 병든 몸을 이끌고 삶의 전장으로 향하는 할아버지. 소설 〈플랜더스의 개〉의 세 주인공이 겪는 가슴 아픈 일상들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약자의 모습이다.죽음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한 동행’을 통해 감동으로 되살아나는 마지막 장면이 심금을 울린다. 네로의 소원은 앤트워프 대성당에 전시된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이었다.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11.2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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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사흘 밤을 보냈는데,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멀었다가 가까웠다가 다시 멀어지는 그 소리. 비명 같기도 하고, 애소(哀訴) 같기도 하고, 휘파람 같기도 한 그 소리….친구 아무개는 경북 문경 사람으로 이웃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동과(同科)이고 통하는 데가 있어서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친구라고 했으나 나이는 세 살 위다. 그래도 스스럼없이 때로는 말까지 놓아가며 곧잘 어울려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참으로 황당했다. 고향 마을 뒷산에서 이따금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11.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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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한 장을 보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 도포 입고 갓을 쓴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두 줄로 늘어선 흑백 사진이다. 할아버지의 회갑연 때였으니 오십 년도 더 지났다. 이제 사진 속 인물은 단 한 명뿐, 세 살배기 동생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하늘 아래 첫 동네나 다름없던 산간 벽촌 ‘양우실’은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나서 곳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등 신천지가 되었다. 박달산 자락을 따라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던 오솔길이 아스팔트 길로 바뀌고, 호랑이가 앉아 있었다던 범바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10.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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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는 감화(感化)와 교화(敎化)가 있다. 교화는 가르치고 이끌어서 변화시키는 것이고, 감화는 감동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공통점은 둘 다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다. 다른 점은 교화의 역기능이다. 감정이 실리거나 의도가 개입된 가르침은 종종 나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감화에는 이런 역기능이 없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교화만 있고, 감화를 위한 노력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어디 학교뿐일까? 사회도 마찬가지다. 도덕성과 정직성이 성공한 사람의 덕목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도덕성과 정직성은 감화에 의해 저절로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10.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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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이현우전하교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집을 짓는다.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한복판문명의 톱니에 의연히 맞서천년만년 지나도 그대로인 집.인동(忍冬)의 꽃잎 같고비 갠 하늘 같고길 없이도 갈 수 있는 마음속의 집.험한 세상 고달픈 삶 아랑곳없이한겨울 노변처럼 온기를 품었으니고난과 희락이 맺히고 풀리던 날창밖에는 눈서리꽃 만발했으리.시공의 담을 넘어 대문을 열면그 자리엔 어느새 푸른 신호등한 걸음, 두 걸음, 재촉하다가아득히 먼 꿈속으로 달려가다가십 초 만에 그린 집 다 지운다................................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06.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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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격투기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하빕’이 돌연 옥타곤(Octagon)을 떠났다. 여느 운동선수들과는 결이 다른 은퇴의 변이 무척 인상적이다. 자신의 장갑을 옥타곤 무대에 올려놓고 총총히 사라진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 쓸쓸하게 보였다. 강철 같은 몸매와 불꽃으로 무장한 투지의 사나이, 29전 29승 무패, 별명 다케스탄의 독수리, 종합 격투기에서 그가 남긴 기록은 가히 경이적이다.상대한 선수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들이다. 코너 맥그리거를 비롯해 더스틴 포이리에, 저스틴 게이치 등등 내로라하는 투사들이 모두 그의 암 바(Arm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05.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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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젊은이가 ‘헬조선’을 외친다.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가 어려운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신조어다.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 시절보다 훨씬 넉넉한 나라에서 사는데, 왜 저런 무참한 용어로 자학하는 것일까? 지금을 헬조선이라고 한다면 나의 젊은 시절은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슈퍼 헬조선’이 적합할 듯하다.이 용어 선택은 역사적으로 분명히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는 슈퍼 헬조선에 대해 절규할 수가 없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급했기 때문이다. 오직 생존이라는 절체절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05.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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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초대사(石草大師)와 사연선생(事緣先生)막 보충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건초 수집을 돕던 민 선생이 숨을 헐떡이며 내게 달려온다.“이 선생님, 이 선생님, 큰일 났어요. 글쎄, 건초 수집장에서…”“아니 왜요, 무슨 일인데요?”“돌멩이가 나왔지 뭡니까.”“돌멩이라니요?”“몇몇 아이들이 건초더미 속에 돌멩이를 넣어가지고 와서, 저울에 올리다가 들켰어요.”“그래요? 거참, 하하하”“웃을 일이 아니라니까요. 교장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 처벌하라고 난리예요.”“교장이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누가 일러바쳤나?”“그게 아니고, 교장이 직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04.2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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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할아버지 같던 교장과 진짜 교장“이 선생, 내 짐 좀 챙겨줘요. 외투하고 책상 위에 있는 책만 가방에 넣어서.”“아니, 왜 방으로 안 들어오시고 거기 서서 그러십니까? 밤공기가 찬데, 옷은 왜 여름 걸 입으시고….”“갈 데가 있어서…. 아 참, 모자도 좀.”“이 밤중에 어딜 가시는데요?”“…”교장은 가벼운 운동복 차림이다. 내가 짐을 챙기는 사이 망연히 자신의 집무실을 바라보고 있다.“교장 선생님, 여기….”가방을 넘겨주려는데 교장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한기가 든다. 눈을 뜬다. 꿈이다.어느덧 한해가 지나고, 겨울 방학이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04.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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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다. 갓 시집온 새색시의 꿈속 같은 달이다.‘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는 김기림, ‘승리의 화관’을 노래한 구상, ‘머리 없는 남자가 낚시터 가는 길을 묻는’ 장석주,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박목월, ‘일어서는 달 갈아엎는 달’이라고 외치며 울분을 쏟아내는 신동엽 등등. 눈길 닿는 곳곳이 시의 백화다.그러나 사월을 노래한 수많은 시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시는 뭐니 뭐니 해도 엘리엇의 '황무지'일 것이다.‘사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를 내려 잠든
이현우의 만필(漫筆)
편집위원 이현우
2021.04.02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