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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의 0.3μm 이상 크기의 먼지 입자를 99.97% 이상 걸러주는 초정밀 필터 사용, 공기의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하게 흐르는 층류 환기 시스템 사용, 한 시간에 스무 번 이상 공간 내 전체 공기 교체, 시간 당 3회 이상 외부 공기 유입.수술받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 병원 수술장이 갖추고 있는 공기정화설비의 내용입니다. 실로 어마어마하죠. 그만큼 수술실은 병원 내에서도 청결이 가장 완벽히 보장되어야 하는 장소입니다. 수술 전후에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철저히 예방하기 위해서 말이죠.사람이, 즉
김기준의 수중 에세이 & 시
의사 김기준
2023.11.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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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잠수를 배운 후, 처음 바다로 나갈 때 선생님께 하신 말씀.“바닷속에서는 자기 장비 말고는 무엇이든지 절대 만지지도 말고, 접촉하지도 마세요.”초기에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왜 그런지 명확히 알지 못했죠. 당연히 해양생물은 무서워 만지지도 못할 것이며, 더구나 독이 있는 히드라나 말미잘, 해파리 등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는 것쯤은 상식이니까요.어느덧 20년이 넘게 잠수를 하다 보니, 해양생물로 인한 다양한 상해를 목격했습니다. 가장 흔하며 대표적인 것이 해파리에 쏘이는 것입니다. 히드라의 촉수에 쏘이는 경우도 가끔 보았
김기준의 수중 에세이 & 시
교수 김기준
2022.04.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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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을 감고 묵상 후,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로 몸을 풍덩 던집니다. 몸이 젖어옴을 느낍니다. 수경을 고쳐쓰고, 다시 한번 더 장비와 모니터를 확인한 후 깊은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내려갑니다. 젖은 몸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윽고 바다 밑에 도착합니다. 저는 주저없이 무릎을 꿇습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읍니다. 눈을 감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눈을 뜹니다. 새로운 세상에 잠깐 들른 나를 느낍니다. 참 아름답고 신비합니다. 여기에도 생명들은 땅 위 세상처럼 참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쫓고 쫓기며,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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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2.04.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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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은 바다의 신선입니다. 자연 상태의 바다에서는 장생불사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화석 연구에 의하면, 약 오억 년 전에 지구에 처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신선들은 입을 잘라내어도, 항문을 잘라내어도 약 45일 후면 다시 재생됩니다. 심지어 반으로 나누어 놓으면, 짠하고 두 마리의 개체로 재탄생됩니다.적이 나타나면, 내장을 다 토해내고 도망가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내장도 완벽하게 재생되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되었습니다.나무처럼 나이테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의 인간 한계로는 해삼 개체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다고 합니
김기준의 수중 에세이 & 시
교수 김기준
2022.03.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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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늦은 저녁상에 맛깔스레 구워진 생선 한 마리가 올라왔습니다. 순간 이 아이가 고등어일까? 혹 전갱이일까? 내가 무엇이 궁금한지 다 안다는 듯 아내가 배시시 웃습니다.애는 고등어예요. 맨 앞에 있는 등지느러미는 등에 있는 홈 속으로 쏙 접어 넣을 수가 있구요. 뒤에 있는 등지느러미 뒤쪽으로는 토막지느러미가 있어요. 톱니처럼 뾰족한 어린 산들. 여기 흔적이 있죠. 전갱이는 이렇지 않죠. 전갱이는 대신 꼬리에서 몸통까지 방패같이 생긴 모비늘이 하반신 옆에 있어요. 이건 먹지 못해서 요리하기 전에 잘라내어야 해요.참 무심했지요.
김기준의 수중 에세이 & 시
교수 김기준
2022.03.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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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술루 바다에 있는 투바타하로 잠수 여행을 갔을 때 일입니다. 작은 난파선이 잠들어 있는 말라얀 렉 포인트(Malayan wreck point)에서 야간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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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2.03.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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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고 긴 몸매. 은빛 창을 닮은 물고기, 뾰족한 주둥이, 눈가장자리까지 찢어진 입, 강력한 턱, 반짝반짝 예리한 단검 같은 날카로운 이빨의 소유자. 바다의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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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2.02.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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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말만 들어도 입맛이 다셔지죠. 매운탕, 지리, 찜 등. 정말 맛있고 단백한 요리의 재료입니다. 처음 바닷속에서 뚱뚱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그 작은 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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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2.02.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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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서울말로는 우렁쉥이. 쌉쌀하고 짭조름하며, 무언가 모르게 스믈스믈 밀려오는 상큼한 바다의 향기. 한 잔의 소주와 함께하면 부러울 것이 없는 찰떡궁합의 맛. 봄의 입맛을 돋우는 주인공입니다.추워서 더욱 맑고 고요한, 2~3월의 바닷속에는 멍게꽃이 활짝 핍니다. 무리 지은 앙증맞은 들장미들도 있고, 여신의 입술처럼 활짝 핀, 탐스러운 붉은 꽃들이 나 보란 듯이 그 화려함을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우리 바다의 장관입니다.이 아이들은 유생기에는 살과 뇌, 신경, 척삭 등을 가지고 있지만, 성체가 되어 정착 생활을 하면, 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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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2.01.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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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에게 반했어.물고기와 뜨거운 연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 짝사랑이라 해야 되겠군요. 아직도 그 대답을 듣지는 못했기에. 그 모습이 꿈속에 아롱거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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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2.01.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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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토록 현란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55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동태평양의 보석. 풍부한 습지와 울창한 열대우림을 자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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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2.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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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 본 바다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이 어딘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주저 없이 ‘갈라파고스 제도’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곳의 풍광도 독특하고 멋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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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2.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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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는 동물일까요? 식물일까요? 정답을 말씀드리면, 산호는 감각기관이 없는 원시적인 형태의 자포동물입니다.원래는 나무 모양으로 생긴 산호들을 보고 식물인 줄로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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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1.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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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바다 속에서 큰 고래나 상어에게 공격받아본 적이 있나요? 가끔 듣는 질문입니다. 대답은 “아직 한 번도 없습니다”입니다. 그러나 성인 팔 길이 남짓한 물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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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1.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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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여러 깊은 바닷속을 들어가 보면, 깊은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가슴시릴 때가 간혹 있습니다. 필리핀 코론, 팔라우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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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1.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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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무언가 모를 신비가 담겨있는 곳.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또는 달빛 아래에서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그 깊은 곳으로 내려갑니다.수면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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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0.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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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을 헤엄치듯 날아다니는 조개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꼭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듯 보이구요. 혹 무슨 조개인지 아시겠어요? 힌트를 드립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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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10.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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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들어보셨죠? 바다 속의 생물들도 이들과 같이 무언의 관계를 맺고, 서로 돕고 사는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를 공생(symbiosis)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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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09.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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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월이 빠르고 덧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병원에서 간암 및 췌장암 환자, 그리고 소아 및 영아 환자를 담당하는 마취의사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올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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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김기준
2021.09.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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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해 바다 속의 또 다른 태백산맥인 후포퇴, 그 위에 위치한 바다 밑 봉우리들인 왕돌초를 소개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해에 있는 다이빙 포인터 중에서 가장
김기준의 수중 에세이 & 시
교수 김기준
2021.09.16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