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승부’는 내가 30대 초반이던 1994년에 유명했던 청춘 드라마다. 그때는 나름 재밌게 본 드라마였는데 지금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출연 배우가 누구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드라마에 나왔던 ‘마지막 승부’라는 제목의 노래와 가사는 지금도 흥얼거릴 정도로 기억에 남아 있다.갑자기 이역만리 리시케시에서 그 노래가 떠올랐다.내 전부를 거는 거야.모든 순간을 위해.넌 알잖니우리 삶에 연습이란 없음을.살아오면서 힘든 시기가 찾아오면 나도 몰래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내 전부를 걸어 마지막 승부를 겨룬다는 내용도 좋고 우리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4.01.16 12:19
-
누군가 깨운 듯 잠에서 깼다. 비행기는 히말라야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이어폰에는 요요마의 첼로연주 과 이 흘러나오고 창밖은 깜깜했다.비행기가 아직 고도를 낮추기 전이라 어두운 구름이 저만치 아래로 지나갔다. 그때 구름 사이로 번개가 쳤다. 비행기의 두꺼운 창문이 소리를 차단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멀기 때문인지, 천둥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동안 번개는 10초쯤의 간격으로 계속되었다. 소리 없이 번개가 치면 구름 사이로 검은 산의 윤곽이 드러나고 멀리 산 아래 웅크린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4.01.09 06:00
-
우리 가족은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 찐팬이다. 그렇다고 본방사수를 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함께 저녁을 먹을 때 녹화된 영상을 본다. 본방사수가 아니라 약간 가짜 찐팬같지만 녹화된 영상을 보는 게 훨씬 더 꼼꼼하게 볼 수 있다. 시청 중에 아파트 안내방송이 나오면 잠시 멈추기도 하고, 어렵거나 놓친 내용은 즉석에서 다시 되돌려 본다. 이번처럼 개인적으로 중요한 주제는 혼자서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것도 가능하다.얼마 전 차클에 매우 중요한 수업이 있었는데 주제는 ‘행복’이다. 중요한 수업의 주제가 ‘행복’이라니, 다소 자극적인 주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5.21 08:57
-
오늘은 운명을 바꾸는 방법 마지막 세 번째, ‘수련(修練)’이다. 이번 주제는 현재 내가 수련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주로 실제 현장에서 일어난 체험 위주로 살펴보자.나는 수련장에 처음 오는 사람은 먼저 사주팔자부터 본다. 사주팔자부터 보면 대개 놀라고, 주저하고, 이상한 곳이 아닐까 의심한다. 더러는 복채를 내야 하는지 묻는다. 물론, 복채를 뜯어내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사주팔자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어떤 성격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도 보인다. 또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심지어 언제, 어떤 병으로 죽게 될지도 예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5.07 09:03
-
1.지난 시간에 이어 운명을 바꾸는 두 번째 방법은 ‘공부’다. 물론, 공부라고 하여 아무 공부나 모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에 관한 공부다. 공부라고 하면 골치 아프다며 머리부터 싸매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공부는 다른 공부와 다르니 인내심으로 따라오셨으면 한다. 또 내 운명을 바꾸는 일이니 약간의 인내심 정도는 쾌척하셔야 한다.종교의 나라 인도(India)를 대표하는 최고의 경전은 다. 기타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경전의 내용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관한 이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4.23 11:17
-
팔자는 바꿀 수 없다?누구는 팔자는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게 팔자소관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잘 된 사람을 보고 저 사람 팔자 고쳤다, 고 한다.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한번 정해진 운명은 절대 바꿀 수 없는 걸까?언젠가 유명 칼럼니스트 강연을 유튜브로 본 적이 있다. 사람의 운명을 다루는 내용이었는데 강의가 끝나자 어떤 사람이 물었다. 팔자가 안 좋은 사람도 명당에 가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데 맞습니까? 칼럼니스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어조로 틀렸다고 대답했다. 거침없는 강사의 기세에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4.09 08:19
-
오십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중학교 때인가, 아니면 고등학교 때인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오십의 나이가 되면 하늘이 내려준 뜻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내게 준 하늘의 뜻이 뭘까 생각해보곤 했다. 물론, 그 정도의 얕은 노력으로 하늘의 뜻을 알 수는 없었다.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젊었을 땐 부담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러다 영 모르고 가는 게 아닐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알다시피 지천명(知天命)은 공자의 주장이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을 시작해 마흔의 나이가 되자 세상일에 헷갈리는 게 없었고(不惑)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3.26 07:11
-
1.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무게의 숙제를 안고 태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돈이 있고 없고나,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가장 무겁고 중요한 문제다.나는 아주 어렸을 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물론 사람들은 대부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안다.그러나 나는 그 시기가 좀 빨랐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훨씬 전이었으니까. 태어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봄나물같이 파릇한 아이가 방안에서 뒹굴며 벌써 죽을 걱정을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3.12 06:45
-
1.어제, 인도 리시케시에서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 아름다운 락슈만줄라 다리가 보이고 그 아래 히말라야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갠지스강물이 유난히 시퍼렜다. 갠지스강을 따라 들쭉날쭉 늘어선 크고 작은 아쉬람들이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불과 2년 전 나는 바로 저곳의 아쉬람에서 외국인들과 섞여 열심히 요가를 배웠다. 새벽에는 높은 히말라야산맥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추웠다. 매일 나는 새벽에 일어나 히말라야 수행자처럼 요가 매트를 메고 요가를 가르치는 강당으로 향했다. 요가의 본고장 인도에서도 대표적인 수행자들의 도시라고 일컫는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2.26 06:56
-
1.며칠 전 모 은행 연수를 갔을 때다. 강의가 끝나자 어떤 분이 물었다. 삼매(三昧)는 어떻게 들어가는 겁니까? 그분은 3천 배도 할 정도로 독실한 불교 신자인데 삼매에 들기 위해 화두를 잡거나 위파사나를 했지만 잘되지 않더란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호흡이 끊어지지 않으면 삼매는 불가능합니다. 호흡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삼매에 들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왜? 삼매는 일체의 잡념도 없어야 하는데 인체의 구조상 숨을 쉬게 되면, 생각은 숨을 따라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그분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낯설어했다. 흔히들 생각이 일어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2.12 08:44
-
천기도인이 백두산으로 간 까닭은지금으로부터 9700년 전 어느 날, 백두산 인근 마을에 살던 촌장께서 갑자기 백두산으로 떠났다. 천기도인이라는 분인데, 늘 이기던 이웃마을과의 돌팔매 시합에서 패한 후에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난 것이다. 돌팔매 시합이란 게 요즘엔 시시하게 보여도 당시에는 꽤나 중요한 시합이었던 모양이다.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천 년 전의 화산폭발로 산의 1/3쯤이 날아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폭발 이전의 백두산 높이는 해발 4000m에 육박했을 것이고, 그 정도의 높이면 여름에도 늘 만년설로 덮여 있어 백두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1.28 15:00
-
1.1949년의 일이다. 6.25 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에 탄허스님은 오대산 중대암의 법당과 뜰에 개미 떼가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여 수백 마리 죽어 있는 것을 보고, 1년 뒤 동족 간에 큰 전쟁이 벌어질 걸 미리 알았다. 북한이 남침하는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맞췄다고 한다.천지(天地)가 말이 없는 것은 인간과 같은 입이 없기 때문이지, 의식(意識)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소통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손짓으로 소통하는 수화(手話)처럼, 하늘은 하늘의 상(象)을 보이고, 땅은 땅의 상(象)을 보인다. 큰 난리 앞에 천지는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1.15 08:56
-
기(氣)를 아십니까?2021년 신축(辛丑)년 새해다. 신축년은 흰 소(金牛)의 해다. 하늘 천간(天干)의 신(辛)은 매울 신(辛)자인데 오행(五行)의 분류상 금(金)이고 색깔은 흰색이다. 그리고 땅인 지지(地支)는 소 축(丑)이다. 그래서 2021년은 금(金)기운을 받은 소(丑)의 해다. 풀이하면, 차가운 쇠(금)의 기운이 소처럼 강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1년을 분류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운(氣運)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스티브 잡스가 죽을 때까지 놓지 않았던 유일한 책의 저자인 요가난다는 이렇게 말했다.“인간이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1.01.01 08:30
-
2020년, 코로나가 인류를 장악했다2020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의 시작은 폐렴이었다.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했는데 전파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정도였다. 심상치 않아도 폐렴은 뭐 늘 있는 병이니 그러려니 했다.그런데 불과 두어 달 뒤인 지난 3월 11일, 요즘 보기 힘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 펜데믹을 선언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현재 코로나 19로 인하여 114개국 12만 명이 감염되었고 430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사무총장의 충분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0.12.17 22:56
-
1.며칠 전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제목은 ‘요가학원 : 죽음의 쿤달리니’라는 다소 섬뜩한 제목의 영화다.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영화가 졸작이라는 평가가 많아 안도했다. 그래도 이런 섬뜩한 제목이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쿤달리니에 대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 경계심에 몇 자 적어 본다.2.쿤달리니가 뭐지? 달리기와 비슷한 건가? 쿤달리니(Kundalini)를 검색하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오른 많은 글과 동영상을 만날 수 있다.의외로 쿤달리니를 체험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조회 수도 높다. 이렇게 체험과 관심들이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0.12.04 09:08
-
'샤이 트럼프'가 있었다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6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었다.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이 가볍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개표결과는 선거인단 302명을 확보한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였다. 힐러리는 겨우 232명이었다.소위 '샤이 트럼프'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인종을 차별하고, 약자를 탄압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대놓고 그를 지지하기가 부끄럽다는 사람들이었다.사람들은 샤이 트럼프를 위선자(僞善者)라고 부르며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0.11.20 22:49
-
스승 파라마한사 요가난다는 말했다 "반듯이 앉아라"- 반듯이 앉아라.스티브 잡스가 죽는 순간까지 존경했던 인도의 위대한 스승 파라마한사 요가난다는 항상 이런 말로 수업을 시작했다.- Sit upright(반듯이 앉아라).2400년 전, 그리스의 위대한 스승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이 말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른 나훈아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그렇다. 얼핏 자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겠지만, 전에도 얘기했듯이 자신을 안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나는 나를 알기 위해 오랜 세월 여행을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0.11.06 09:11
-
나는 나훈아를 최고의 가수라 생각한다나는 세상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나훈아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딸은 턱도 없다고 했다. 어쩌다 차 안에서 나훈아 노래를 틀면 징그럽다, 토할 것 같다, 온갖 비난이 날아왔다.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적적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는데 딸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불이 났다. 평소 자기 방에서 나오는 걸 매우 싫어하는 딸은 1분에 한 번씩 방문을 열고 나와 생중계를 했다.- 아빠, 나훈아 티브이에 나왔대.- 아빠, 진짜 배가 나왔대.- 아빠, 기차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0.10.23 09:10
-
새벽 기차를 타다나는 자주 혼자 여행을 떠났다. 스승은 늘 멀리 있었다. 대부분 직장인이 늦잠을 즐기는 주말 새벽에 나는 배낭을 메고 부산역으로 갔다. 졸린 눈으로 카페라떼 한잔을 사 들고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주로 요요마나 유키 쿠라모토였고 가끔 이승철도 있었다.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빈속을 달래며 멍하니 차창밖에 눈을 던지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물었다.-모자란 거야? 아님, 미련한 거야?-어떤 쪽인지는 네가 잘 알지 않아?-이젠 그만 포기할 때도 되었지 않아? 남들은 늦잠을 즐기는 주말 새벽에 웬
서창덕 Real 명상
편집위원 서창덕
2020.10.09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