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상환‧박상옥, 주심 안철상‧노정희 대법관)가 지난해 9월 24일 부영그룹이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당이득금반환청구의 소멸 시효에 대해서는 ‘민법 10년’이 아닌 ‘상법 5년’을 적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어쨌든 이 소송은 파기환송 돼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을 주도한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이영철 대표의 소송 관련 수기를  매일 네 차례로 나눠 연재한다.

 

이영철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대표(전 김해시의원)
이영철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대표(전 김해시의원)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2002년 7월 ‘내집마련’을 위해 경남 창원에서 인근 김해시 장유에 있는 부영9차(31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최초주택가격은 8425만 3000원이었다. 이 금액 중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은 5000만원이었다. 법령에서는 이 금액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3425만 3000원)을 기준으로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정하도록 규정해 두었지만, 부영그룹(이하 부영)은 변형된 조건이라며 다른 여러 가지를 제시했다. 그래서 대부분 임대보증금 5200만원에 월 임대료 5만원으로 계약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한 세대당 국민주택기금 5000만원과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5200만원을 합하면 1억 200만원이 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최초주택가격보다 한 세대당 1600만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후에 알았지만, 택지비와 건축비 취득세 과세표준 자료에 의한 주택가격은 7100만원에 불과했으니 이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세대당 약 3100만원이란 차익이 실현됐다.)

또 거의 매년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5%씩 인상되었지만 “임대의무기간(5년 또는 10년) 거주 후 낮은 가격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감내하며 살았다.

관리사무소가 갑이었다

입주하고 보니 임대의무기간 동안에는 부영과 부영이 위탁운영한 관리사무소가 갑이었다. 법령에 나와 있는 입주민대표기구 즉,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온갖 방해 때문이었다.

관리비 인상 문제도 갑의 마음대로였다. 하자보수를 요구하면 함흥차사였고, 그래서 기다리다 못해 자비로 고치면서 살았다.

부당함을 이기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계약기간을 들먹이며 거부했다. 퇴거할 때는 주택을 원상복구하라면서 벽지와 장판 면적을 자로 쟀고, 임의로 산정한 복구비용을 보증금에서 차감했다.

어쨌든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었고,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을 위해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안내방송 등 협조를 구했지만, 원천적으로 거부당했다. 입주민들은 야외사무실을 설치한 뒤 사안마다 일일이 세대를 방문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이 와중에 집시법위반, 옥외광고물법 위반,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고발도 당하고 1억원 손해배상청구와 임대보증금 가압류도 당했다.

김해시도 마찬가지였다. 분양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시청을 찾아가 부영의 각종 신고자료를 요구하면 “임대사업자에게 요구하라”는 답만 돌아왔다.

게다가 법령에 의하면 분양전환가격 산정(건설원가+감정평가/2)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평가법인 선정권의 경우 해당 지자체장에게 그 권한이 있었지만, 부영은 굳이 자기들이 선정하겠다며 갑질을 했다.

심지어 임차인대표 교체를 요구하면서 안 그러면 분양전환을 하지 않겠다고까지 위협했다.

부영은 이후 분양전환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절차를 일방적으로 중단해버렸다.

부영은 감정평가를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실시해 최대한 분양가를 높게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김해지역 임차인대표회의가 주최한 장유9차 아파트 입주민 등의 회의 모습(사진: 부영연대 제공).
김해지역 임차인대표회의가 주최한 장유9차 아파트 입주민 등의 회의 모습(사진: 부영연대 제공).

'내집마련'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부영연대의 출범

이대로 부영의 부당한 처사에 굴복한 채 ‘내집마련’의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함께 활동했던 장유 부영6,8,9차와 삼계 1,2,3차 6개 단지 임차인대표자들은 수소문 끝에 ‘임대아파트전국회의’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타지의 사례도 동일했다.

각지의 대표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2007년 11월 경북 칠곡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개별 아파트단지나 지역별로 부영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참여 단지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전국단체를 결성하기로 했다.

드디어 2008년 2월 17일 칠곡에서 각 지역 30여개 단지(김해, 청주, 구미, 동두천, 춘천, 강릉, 논산, 광주, 진해 등) 대표자가 참여하는 ‘부영연대’라는 단체가 출범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대표를 맡았다.

부영연대는 3월 14일을 D-day로 잡아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영 횡포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지자체에게는 ‘부영의 임대사업자등록 말소’를 요구하기로 했다.

부영연대 결성 소식은 모 전국일간지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부영의 부당한 처신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14일 부영연대 참여 단지들은 각 지역의 부영영업소, 아파트 앞 등에서 동시에 지역별 집회를 개최했다.

김해는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고 많은 임차인들이 회사에서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부영의 횡포를 규탄하고 이에 동조하는 행정을 질타했다. (이 자리에는 김해의 정당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이 다수 참여해 한마디씩을 했지만, 그들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해시는 마침내 서울 중구청에 ‘부영 임대사업자등록 말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제야 부영의 이중근 회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듯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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