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 회장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이유는 안 밝혀
부영영대 “이 나라의 공정과 법치 무너트리는 처사”
참여연대 “법무부와 청와대, ‘재벌봐주기’ 행태 부끄러워해야“

부영연대의 대법원 앞 부영그룹 규탄 기자회견(사진: 뉴스아고라 DB).
부영연대의 대법원 앞 부영그룹 규탄 기자회견(사진: 뉴스아고라 DB).

법무부가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이중근(80) 부영그룹 회장을 포함시킨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수백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행위를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가석방 대상자 810명 안에 이 회장을 포함시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허가와 사유를 공개했다. 그러나 부영그룹 이 회장 건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석방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8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 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 가운데 계열사 배임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고, 이 회장의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원으로 대폭 줄여주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2018년 2월 구속된 후 161일 만에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병보석으로 풀려나 ‘황제 보석’ 비판이 일었다.

이 회장의 가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대표 이영철)는 12일 성명서를 내 "문재인 정부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가석방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부영연대는 부영그룹이 지은 전국의 공공임대주택 임차인과 우선분양전환세대의 권리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로, 2008년에 결성됐다.

부영연대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전국에서 벌인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통해 무주택 서민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부당 이득을 취했고, 배임·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라며 "정부가 범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사죄도 하지 않은 이중근 회장을 가석방 결정한 것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가 형사재판에서 이중근 회장의 가장 큰 범죄인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물론 턱없이 낮은 형을 선고했고, 민사재판에서는 부영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소송 제기 소멸 시효를 민법의 10년이 아닌 상법의 5년을 적용하는 판결을 선고해 수십만 부영공공임대주택 우선분양전환세대들의 피해 회복 기회조차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후 1년이 지나도록 파기환송심의 판결이 선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이득의 최대 수혜자이며 결정권자인 이중근 회장을 가석방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특혜이며 법치를 무너뜨리는 불공정한 법 집행이다”라고 개탄했다.

부영연대는 또 "현재 전국 각급 법원에서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상대로 임대주택법을 위반한 분양전환가격 부당이득금반환청구 민사 소송이 수백여 건이나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기금을 지원해 건설한 공공임대주택사업에서 각종 편법과 탈법, 불법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한 이중근 회장을 가석방한다면 이 나라의 '공정'과 법치를 무너트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구속 이후 부영그룹은 물론 각 계열사 대표이사를 사임한 이중근을 '왜 가석방해야 하는지?' '왜 가석방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그 사유를 밝히고, 즉각 가석방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도 12일 논평을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회삿돈을 사유화하고 횡령한 재벌 총수를 특별한 사유 없이 가석방하는 것은 재범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 생계형범죄자, 노약자 등을 조기에 사회에 복귀시켜 재사회화를 촉진하려는 가석방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법치주의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다"라면서 "법무부는 이중근 회장의 정확한 가석방 사유부터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범죄 행위와 관련해 ▲부영 회사 자금 약 119억7393만원을 처남에게 부과된 벌금 및 종합소득세 등에 대납 ▲계열사 광영토건이 처남에게 약 61억9782만원의 퇴직금을 이중으로 지급 ▲아들의 영화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동광주택 자금 대여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자 동광주택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계열사 대화기건으로 하여금 부영엔터테인먼트 45억원 유상증자에 참여 ▲개인 자서전 발간을 위하여 아무런 관련 없는 계열사 동광주택 자금 약 236억8120만원을 책자 발간 비용으로 사용 등을 적시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회장의 횡령·배임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합계 약 518억5295만원에 이른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이중근 회장은 2018년 2월 처음 구속된 후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161일 만에 병보석으로 석방돼 ‘특혜 보석’ 논란을 빚기도 했다”면서 “결국 재벌총수들은 불법을 저질러도 준법경영 의지 등 뉘우치는 시늉을 하면 가장 낮은 실형을 살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해묵은 공식을 아직도 반복 중이다. 법무부와 청와대는 시대를 역행하는 재벌봐주기 행태를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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