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관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관중은 등장인물을 처음 언급할 때면 반드시 관상에 관한 묘사를 곁들이고 있는데, 이는 그가 관상학에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문열이 평역한 나관중의 <삼국지(三國志)> ’도원(桃園)에 피는 의(義)‘ 편을 보면 이런 서술이 나온다. 유비의 관상이다.
“나이는 겨우 열일곱 살이나 되었을까.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얼굴이었는데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크고 그윽한 눈이며 우뚝한 코, 볼까지 축 늘어진 두툼한 귓밥이나 미소가 떠도는 듯한 붉은 입술 같은 데서는 곁에 앉은 공손찬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공손찬의 위엄이 굳세고 거친 힘에 의지하고 있다면 그의 것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덕에서 우러난 듯한 위엄이었다.
거기다가 일어서면 무릎까지 닿을 것 같은 긴 팔도 이상하게 귀인(貴人)의 상을 더하는 것 같았다.”
스물네 살의 유비를 묘사할 때는 길게 째진 봉(鳳)의 눈이 더해진다.
요컨대 ’눈‘ 코‘ ’귓밥‘ ’입술‘ ’팔‘ 등에 대한 다양한 묘사를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관상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설
유비의 상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긴 팔인데 팔은 기본적으로 긴 것을 귀상(貴相)으로 친다. 공자의 상을 묘사하는 기록에도 공자의 팔이 유독이 길었다고 하는데 상법에서 긴 팔은 많은 것을 담고 뜻을 멀리 펼칠 수 있는 힘으로 해석한다.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이르는 부분을 ‘군(君)’, 팔꿈치에서 팔목까지 이르는 부위를 ‘신(臣)’이라고 하는데 군의 길이가 신의 길이보다 긴 것을 길상(吉相)으로 친다. 신의 길이가 길고 군의 길이가 짧으면 재주에 비하여 덕이 약한 것으로 치는데 그래도 짧은 팔보다 좋은 것으로 친다.
눈이 길다는 것은 눈에 관한 관상학적 표준에서 좋은 모양으로 친다. 관상학적 표현을 빌린다면 ‘세장(細長)하다’라고 한다.
어떤 사람의 눈이 가늘고 길면 좌우를 넓게 보는 힘이 따르는 것으로, 많은 정보를 얻고 큰 뜻을 펼칠 기세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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